[이희석씨가 소개하는 플래너 활용팁]
하루의 1%만 투자하라 많은 사람들이 플래너를 꾸준히 작성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갖는다. 그러나 일단 습관이 되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루에 단 1%의 시간, 즉 15분만이라도 계획 세우기에 할애한다면 나머지 99%의 시간을 주도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아침이나 혹은 전날 밤 15분 정도 책상에 앉아 플래너에 그 날 해야 할 일을 적어보자. 그렇게 하다보면 생각도 정리되고 그 날 할 일들도 빠뜨리지 않고 정리할 수 있게 된다. 그것도 힘들다면 그때그때 생각 날 때마다 무조건 플래너에 적어보자.
목표를 잡아라 플래너가 수첩과 다른 점은 단순한 스케줄링 보다 시간관리를 통한 인생관리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가장 소중한 가치와 사명,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인생관리의 시작. 연-월-주-일별로 그 세부실행 계획을 쪼개어 적어 보는 것도 생각보다 중요하다.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노력부터 실천하되 특히 일주일을 단위로 꼭 해야 하는 역할과 업무, 월 단위로 목표를 관리하는 것이 좋다.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 자신의 계획이 얼마나 실천되었는지 돌아보면 애초의 목표에 도달하는 시간도 훨씬 단축된다. 그리고 목표는 막연한 소원과 다르다. 될 수 있는대로 구체적으로 잡아야 한다. 운동하기보다는 푸시 업 10번으로 하는 편이 훨씬 실천가능성이 높다.
우선순위를 매겨라 사람이 하루에 해야 할 일은 대개 한 두가지 이상. 주어진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 이 때 중요한 점은 급한 일이 곧 중요한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도 있고 급해도 덜 중요한 일도 있다. 일을 중요성에 따라 A.B.C 로 나누고 그 각각에 대하여 1,2,3으로 우선순위를 매겨두면 정해진 시간 내에 가장 중요하고 급한 일부터 처리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
기호를 활용하라 플래너 역시 제한된 공간. 빽빽하게 적은 깨알 글씨로는 플래너에 정을 붙이기 힘들다. 줄줄이 풀어쓰는 말대신 간략한 기호로 하루 일과나 프로젝트 진행상황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표시해보자. 예를 들어 √는 완료, →는 연기, X는 취소, ●는 진행 중처럼 자신만이 알아볼 수 있는 기호를 정하면 된다. 하루하루 플래너를 넘기며 일의 진척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다음에 해야 할 일들도 체계적으로 관리 할 수 있다.
새해 설계로 분주한 신년 초. 직장인, 학생 등 웬만한 사람들은 2009년이 새겨진 플래너 하나쯤은 이미 장만했을 때다.
플래너(Planner)는 말 그대로 계획이나 약속 등을 적어 놓는 곳. 하루, 일주일, 한달 단위로 구별되어 있고 두께에 따라 1년이 한권에 들어가기도 하고 한 달 단위로 속지를 교체하기도 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플래너는 수첩이나 다이어리와는 다르다. 수첩이 단순히 시간 약속이나 중요한 메모 등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적어 놓는 것이라면 플래너는 하루에서 일년이라는 시간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도구로 만들어졌다. 플래너의 대명사인 프랭클린 플래너를 비롯해 많은 플래너들이 여러가지 형식의 속지들을 구비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플래너를 애지중지하는 사람들 중에는 플래너 하나만 잘 써도 1년은 물론 시간, 나아가 인생까지도 좀더 잘 관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산업교육 전문 강사인 이희석(31)씨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다. 그가 자기 몸 일부처럼 늘 들고 다니는 플래너에는 하루 하루 날짜가 적힌 한달 분량의 속지와 그 앞뒤로 형식을 달리하는 각종 속지들이 들어있다. 속지에는 매일 매일 그날의 약속부터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독후감, 월별 목표, 꿈으로 이어지는 과제 등등 별의별 내용이 다 들어있다. 플래너 하나만 들여다보면 그가 한달동안 어떻게 살았는지가 훤히 드러난다. 더구나 해야 할 일은 일의 중요도와 순서에 따라 번호가 매겨있고, 한 일에는 체크 표시가 되어 있다. 그리고 한 달마다 속지가 다 차면 새 속지로 교체하고 지난달 속지는 1년치를 모아두는 연간 철에 끼워 놓는다. 1년마다 자신만의 10대 뉴스를 선정하고, 새해가 되면 연간 목표도 수립해 플래너 맨 앞에 붙여 둔다. 이 정도면 가히 ‘플래너의 달인’이라고 부를 만하다.
실제로 이씨는 10년 전 지인들을 상대로 플래너 쓰는 법에 대해 공개강의를 한 이래 지금까지 플래너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10만명의 회원이 가입한 다음 플래너 카페에서도 강의했다. 그의 홈페이지에는 플래너 작성법에 관한 2시간짜리 동영상 강의도 올려져 있다.
이씨가 플래너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꼭 10년 전. 대학 3학년 때 프랭클린 플래너의 개발자인 하이럼 스미스가 쓴 ‘시간관리와 인생관리를 위한 10가지 자연법칙’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다. 책 중 ‘지배가치’라는 말에 매료된 그는 저자가 권하는 대로 플래너 쓰기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10년 동안 일부러 플래너를 끊어 보려는 실험을 해보았던 50일을 빼놓고는 단 하루도 플래너를 멀리 하지 않았다. “플래너에 너무 의존하는 것 아닌가 싶어 쓰지 않았더니 오히려 플래너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고 그는 말한다.
플래너는 그의 인생을 상당히 바꾸어 놓았다. 그의 말을 빌면 “내 삶의 진보를 가져왔다”고 할 정도다. 처음에는 기록 그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았지만 점차 자신의 지배가치를 정하고 우선 순위를 매김으로써 인생을 주도적으로 컨트롤한다는 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적성에 맞지 않았던 전공을 포기하고 시간관리와 리더십을 강의하는 산업전문 강사로 살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플래너에서부터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 그는 ‘나는 읽는대로 만들어진다’라는 책을 냈으며 더불어 성공하기를 기치로 하는 와우팀이라는 소모임도 운영하고 있다.
이희석씨는 플래너의 장점을 세가지로 설명한다. 첫째는 방향성. “목표나 가치 탭 등을 활용하면 스스로 동기나 의미부여가 된다. 그러면 긴급한 일들이 몰려와도 웬만하면 자신이 세운 방향성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것. 이는 결국 시간관리를 통한 인생관리라는 플래너의 철학으로 플래너를 제대로 쓰려면 가장 중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둘째는 우선순위. “여러가지 일들을 순서대로 적어두면 우선 해야 할 일들과 그렇지 않은 일들에 대해 시간적으로나 의미적으로나 자연 정리가 되고 집중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타고난 천성은 산만한 편이라는 그가 지금은 다른 사람들에게 계획형 인간이라는 이미지로 비쳐지는데도 플래너가 톡톡히 한몫하고 있다고.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기록. “플래너에는 개인사가 고스란히 담겨진다. 시간은 지나가도 기록은 남는다고 하잖아요. 나의 역사를 스스로 기록하는데서 오는 희열이 있다. 또 과거를 알면 미래를 계획하는데도 적지않은 도움이 되죠.”
이씨는 새해부터 플래너는 제대로 써보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에게 우선 사용법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을 얻으라고 조언한다. 일단 알아야 한다는 것. 수첩 대용으로 플래너를 사용하던 사람이라도 사용법을 알고 나면 번호탭 등 안쓰던 구성물도 모두 활용하게 된다는 것. 일단 플래너를 쓰기 시작한 이상 1년을 채우겠다는 의지도 중요하다. 플래너가 일과와 인생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려면 1년은 무조건 써보라는 것. 그리고 자신의 용도에 맞는 플래너를 고를 필요도 있다.
하지만 플래너를 쓴다고 지나치게 시간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꽉 짜인 계획표는 심리적으로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 이희석씨 자신도 우선순위는 반드시 적어놓되 구체적인 시간은 약속이 아니면 일부러 적지 않는다.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달라질 여지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플래너는 시간관리 도구라기 보다는 인생을 관리해주는 개인비서라고 이해하면 된다. 시간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관리함으로써 자유를 얻으려는 것이니까요.”
2009년 새 해, 지난해와 달리 자신의 삶에 도약을 가져오고 싶은 사람, 무언가 의미있는 시간들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씨의 말대로 플래너가 작지만 결정적인 계기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김지영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61호(09.01.12일자) 기사입니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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